문학과 나(증평문인 20년을 뒤돌아 보며)
공 성 희
TV 에서 차마고도(茶馬高道)를 보았다. 티베트 소금 계곡의 마지막 마방을 보았는데 눈이 녹으면 티베트 남자들은 마방( 馬防)을 꾸려 길을 떠난다. 메콩 강 기슭의 소금 우물을 길어 설산의 태양과 슬픈 역사의 바람과 엔징 여자들의 땀으로 만들어 낸 소금을 팔기 위해 마방( 馬防)을 꾸리는 것이다. 마방의 길은 해발 4,000m 가 넘고 이천 오백리 나 되는 길고 긴 길이다. 마방 (馬防)을 꾸릴 때 형제나 친구로 꾸리는 이유는 생사를 같이 하기 때문 이란다
협곡사이로 이어진 험난한 길이 끝없이 펼쳐지고 마지막 멘트가 “엔징의 소금 마방은 길을 만들고 길을 간다 ” 이었다.
증평문학 이 어느새 20집을 내어 놓는다.
꿈 많고 풋풋했던 20대에 시작한 나의 문학도 이렇게 나이테를 그렸나 보다. 녹녹치 않은 시간이었다.
증평문학이 창립되던 그때에 유치원 다니던 두 아들은 이제 어엿한 가장이 되어 아이 아빠가 되었고 나는 손녀들의 행복한 할머니가 되었으니 적잖은 시간이었지 않은가.
증평문학이 20년을 묵묵히 지켜온 그 내면에는 열정적으로 이끌어 주었던 역대 회장님들과 동기간처럼 끈끈한 정으로 뒷받침 해온 회원들의 힘이 있어서 이었다. 해마다 백일장 행사를 주관했고, 시화전을 하고, 각종 문학행사를 치르면서 문인협회도 함께 성장해 온 것이다.
농촌아낙이 문학 행사라면 열 일 제치고 쫓아 다녔으니 돌아보면 열정이었다. 나뿐 아니라 그때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모든 회원들도 그렇게 했었으니 어찌 보면 문학은 우리에게 마약과도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.무엇 때문에 문학에 빠져 들고, 문학에 심취해 있었는지. 꼭 문학이어야 할 이유가 있었는지 다시 되짚어 자문해 봐도 역시 대답은 같다. 문학이 나에게 있어서 행복했고,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나 자신에게 진실 했으며 골방의 기도와도 같아서 고백하며 울었고 읽으며 감동했고 그랬다.
글은 곧 그 사람이기 때문에 나를 단련하지 않으면 녹이 스는 법이다
꼭 써야만 할 절절함과 이 시대의 아픔을 함께 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문학은 존재해야 한다.
앞으로 10년 또 10년이 지나면 한세대는 가고 한 세대가 오는 법이다.
증평문인 20주년을 자축하며 그 후진들에게 엔징의 마방이 길을 만들고 길을 가는 것처럼 우리 문인협회도 길을 만들며 묵묵히 앞서 가는 멋진 단체가 되어주길 기도해 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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